이제 간다고 한다 영영.
어릴 때부터 봐왔다. 아주 어릴 때부터 말이다. 그런데 이제 다시는 못 본단다. 유성호텔.
호텔이라고 해도 가본곳은 목욕탕뿐이긴 하지만 항상 그 자리에 있었고 변하지 않았던 곳이다. 유성이 온천이 유명하다지만 정작 진짜 온천물을 사용하는 호텔이나 모텔은 몇 군데 없다고 들었다. 그중 하나가 유성호텔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목욕을 하러 가면 유성호텔로 다녔던 기억이 많다. 어른이 되어서도 자주 간 기억이 있다. 아내와 장모님은 유성호텔 사우나 이용권?을 꼭 샀다. 몇 달치를 한꺼번에 떨어지지 않게 사셨다. 그래서 가끔은 목욕을 가기 싫어도 억지로 가게 됐던 경우도 있었고. 불행인지 다행인지 목욕탕 알레르기?? 같은 것이 생기면서 아내도 강요하지 못하게 되었다. 목욕탕을 다녀오면 며칠을 긁어댔다. 어릴 때도 없던 아토피 같은 것이 생기면서 나는 자연스레 목욕탕과 멀어졌고 유성호텔도 더 이상 가지 않게 되었다. 그렇지만 오며 가며 언제나 보아왔던 곳이다. 출근길에 있다 보니 몇 년은 항상 봐왔다. 그런데 없어진다고 하니 서운한 맘이 생기는 건 사실이다.
그저 오래된 건물이 없어진다고 서운한건 아니다. 생각해 보니 내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추억과 기억이 있는 건물이 사라지는 건 처음 경험해 본다. 한 건물을 이렇게 오래 다녀볼 일이 없지 않나? 엄마의 손을 잡고 다녔던 아이였던 기억과 내 아이의 손을 잡고 갔던 그 시간까지 꾸준히 한 곳을 이렇게 오랜 시간 다녀본 곳은 여기, 유성호텔이 유일하다. 109년간 있었던 곳이라고 하니 뭔가 더더욱 아쉽다.
조만간 없어진다고 한다. 지금은 아직 건물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지만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면 썩 유쾌할거 같진 않다. 그리 보고 싶지도 않고. 이상하다. 사람 이외의 것에 이런 서운함이 느껴지는 게. 나름 사정이 있겠지만 아쉬운 내 사정도 생긴다. 아이는 항상 주말을 기다려왔었다. 유성호텔을 가서 놀 생각에 언제나 할아버지댁에 가려고 했다. 그래서 주말에는 나의 시간이 존재했었다. 이제 없어지겠지... 내 사정도 좀 봐주면 좋았을걸 유성호텔. 끝까지 좋은 모습으로 남길 바랐지만 이래저래 아쉬움을 남기는구나. 유성호텔 잘 가렴. 잘 가세요가 맞는 표현이려나. 109년 동안 수고 많았어. 잊힐 리 없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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