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리부 샌들을 샀다. 선물이었다. 너도 좋고 나도 좋았던 탁월한 선택이었다.
여름에는 항상 플립플랍을 신는 아내에게 생일 선물을 해줬다. 옷과 함께 샌들을 선물했다. 여름에는 샌들말고는 신지 않는걸 알기에 매일매일 사용할 수 있는 실용성 좋은 선물을 해주기로 했다. 작년에는 우포스 쪼리를 선물했다. 너무 만족하며 신는걸 보고 나까지 좋았던 선물이었다. 여름에 신는 신발들이 몇 개 있지만 유독 쪼리만 신는다. 땀이 많아서란다. 편하기도 하고
비록 비싸고 좋은 선물은 아니지만 좋아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아내와는 반대로 나는 쪼리를 싫어한다. 발가락 사이에 줄이 끼어있는?? 느낌이 싫기도 하고 쓸려서 아프기도 해서다.
어느땐가부터 사람들이 여름에는 대부분 슬리퍼나 샌들, 쪼리만 신고 다니기 시작한거 같다. 여름이 너무 더워져서기도 하고 편한 복장 그대로 출근해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직장 문화가 생겨서 인거 같기도 하다. 출근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여름에는 맨발에 샌들이나 쪼리를 신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나도 그런 복장이 싫지 않다. 하루 종일 앉아서 일만 하는 회사원들에게는 편한 차림이 최고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작 나는 그렇게 신거나 입지 않는다. ㅎㅎ 이유는 단순하다. 소중하지만 내 몸뚱이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도 보호해 줘야 하고. 그리고 하찮은 다른 이유도 있다. 아내가 자꾸 놀린다. 개구리 발가락 같다고. 엄지발가락이 너무 동그랗고 크다고 한다.
다음생에는 차은우로 태어나보자. 꼭 다시 만나서 복수 해줘야겠다.
바닥이 너무 민둥해서 미끄럽지 않을까 걱정이 되긴 하는데 미끄럼 방지가 된다고 하니 한 번 봐야겠다. 물에 닿아도 변형이 없고 비오는 날과 해변에서 신어도 괜찮다고 하는데 변색이 되지 않을까 싶다. 허라취 신발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허라취는 멕시코 전통 신발을 말 한다. 이 쪼리는 허라취와 비슷하진 않고 다른 동일한 브랜드 다른 제품들을 보니 정말 허라취와 닮아 있다.
음. 아무리봐도 땀이나 물에 젖으면 얼룩은 생길거 같다. 그래도 좋은 소재로 만들어진거 같다. 느낌도 보들보들 좋다.
자연 친화 생산이고 전제품을 수공업으로 만든다고 한다. 지구상에서 가장 편하고 스타일리시하며 현대적인 샌들을 만드는게 미션이라는데 반은 맞는거 같다. 직접 착용하고 돌아다녀보진 않았지만 신었을때 쿠션감도 좋았고 맨 살에 닿는 부분들의 느낌도 아주 좋았다.
아내는 처음 받아보고 나한테 전화를 했다. 예쁘고 좋은데 이거 마감이 잘 못된거 같다고. 반품해야 하냐며 사진을 보내줬다. 나도 분명 이상하다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상세페이지도 찾아보고 착용 사진들도 찾아보았다. 그런데 한결같이 다 저러네? 잘은 모르지만 소재때문인듯 하다. 벌어져 보이는 부분들이 있지만 어설퍼 보이진 않는다. 최선을 다한 마감인거 같다는 결론을 내리고 아내는 그냥 신기로 했다.
예전에는 연인에게 신발을 사주면 도망간다는 미신이 있었다. 요즘은 좋은 신발을 사주면 그 신발이 좋은 곳으로 데려다 준다는 좋은 의미로 더 많이 얘기한다. 작은 생각의 차이로 의미가 아주 달라질 수 있다는게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누가 이런말을 생각했을지도 궁금하다.
나는 항상 내가 긍정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똑똑하고 현명한 생각은 못해도 사물과 현상들을 바른 마음으로 받아드리려고 노력 한다.
하지만 백프로 다 되는것은 아니다. 그게 됐다면 내가 예수고 부처겠지.
연락이 잘 오지 않던 시간에 뜬금없는 아내의 카톡이 왔다. 날씨가 좋아 신발을 신고 나갔는데 내가 생각이 났다고 했다. 너무 편하고 예쁘다고, 옷하고 너무 잘 어울린다고.
적은 돈으로 난 하루의 행복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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