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을 한참 하던 중 아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는 민트초코칩을 아주 좋아하는데 민트초코가 들어간 도넛이 먹고 싶다고 했다. 그때 먹었던 그거라는데 언제 뭘 먹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도 노티드를 말하는 것 같아 노티드?라고 물어봤더니 맞다고 했다. 마침 지하에 노티드 매장이 생겼다는 얘길 들어서 퇴근하면서 사간다고 했다.
퇴근. 노티드로 갔다. 사람들이 늘어선 줄 끝으로가 앞사람들이 계산하기를 기다렸다가 점원에게 물어봤다. 민트초코가 들어간 도넛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민트초크는 인기가 없었던 탓인지 단종이 되었다 한다. 그래서 뭐라도 먹을까 싶어 일단 사진을 몇 장 찍어서 보내줬다.
나는 별로 당기지 않아 사진을 보내고 기다렸다. 통화로 하다 말로만 설명하는데 답답함이 느껴져 사진을 보내줘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앞서 주문을 한 사람들을 보게 되었는데 너무 맛있겠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여자분들이 있었다. 뭘 먹을지 고민하며 둘이서 한참을 얘기 하는데 누가 봐도 너무 기대하는 듯했다. 작은 거에 굉장히 행복해한다며 혼자 생각하는 찰나 스쳐가는 깨달음? 이 있었다. 참 행복 별거 없구나.
가끔 고민을 잊게 해주는 이런 작은 시간과 찰나의 순간이 있다. 차로 걸어가는 짧은 시간에도 좋은 것들과 맛있는 것들을 보며 웃고 즐거워 하는 사람들을 지나쳐갔다.
쇼핑백은 실제로는 생각보다 크고 예쁘다. 샛노란색에 핑크색이 섞여 있다.
예쁘긴 하지만 집에 가서도 예상한 소리를 들었다. 쇼핑백은 왜 사왔냐고 말이다. 사 오라 해놓고.
사실 가격이 비싼편이라서 당연히 해외 브랜드라고 생각했다. 주문을 하고 받기를 기다리던 중 어떤 브랜드인지 검색하려고 핸드폰을 꺼냈다. 검색을 하던 중 포장이 됐다고 부르는 점원에 잠시 직접 물어볼까 하다가 쇼핑백을 받아 들고 마저 검색을 해봤다. 대한민국의 프랜차이즈 제과점이라고 나와있다. 다운타우너의 후속 브랜드였다니.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놀랍지도 궁금하지도 않았지만. 소소해도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일은 나름 재미있다.
홈페이지에는 분명 합리적인 가격이란 문장이 있었다. 음... 합리적인 가격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뒤의 문장을 보니 틀린 말은 아닌 거 같다. 합리적인 가격에 프리미엄 한 맛을 제공하고,라고 쓰여있다. 아내와 아이는 다른 도넛에 비해서 엄청 맛있다고 했다.
묻지도 않았다. 세 개를 둘이 다 먹을 동안. 난 먹는줄도 몰랐다. 노티드 도넛.
맛있냐?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행복한 말리부 (5) | 2024.05.09 |
---|---|
핸드폰으로 하는 23년 귀속 근로자녀장려금 정기신청안내 (1) | 2024.05.08 |
핸드폰을 바꿨다. 2028년까지 안 바뀐다. (0) | 2024.05.07 |
유니클로를 꾸준히 가게 되는 이유 (1) | 2024.05.06 |
나는 아직 배가 고프다, 브런치 (1) | 2024.05.0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