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력, 2018년 1월 31일 개봉한 영화입니다. 코미디 장르며 러닝타임은 101분 입니다. 부산행으로 유명한 연상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류승룡과 심은경, 박정민, 김민재, 정유미등이 출연했습니다. 어제까진 초평범, 하지만 하루아침에 초능력이 생겨버린 아빠의 이야기입니다.
한국형 히어로물의 시작, 염력
염력은 희박했던 한국형 히어로물의 물꼬를 터준 작품입니다. 이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은 속시원한 한국형 좀비였다면 염력은 속시원히 터지지 않은 히어로물입니다. 부산행같은 경우 한정된 공간에 극한의 상황이 위기와 긴장감의 연속이었다면 염력은 스토리가 읽히는 전개가 중후반까지 나타납니다. 그런 점이 관객에게 신선함을 주지 못한 부분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주인공의 평범함이 감정선까지 평범하고 차분함으로 표현된 것도 아쉬운 부분중 하나입니다. 류승룡(신석헌 역)이 극중에서 혼자 외로운 삶을 살고 있다는 약간의 힌트만 던져줬고 그가 느끼는 고독감, 외로움, 패배감, 열등감등의 다양한 감정선은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이중 답답했던 부분이라고 생각했던 스토리라인은 딸과의 관계회복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딸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설정으로 나옵니다. 아빠는 딸과 당연히 나쁜 관계를 회복하길 바랄것이고 딸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할 것입니다. 이런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감정의 설정은 아빠 신석헌을 응원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었습니다. 흔하디 흔하지만 격하게 울어버릴 장면들을 만들었다면 차라리 어땠을지 아쉬움이 남습니다. 영화에서 부딪히게 되는 깡패용역들과 대결에서도 큰 위기감은 없었습니다. 신석헌의 염력에 비해 악당들의 힘이 너무 미약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염력으로 악당들을 물리치고 딸과의 감정이 회복될 순간도 너무나 뻔한 전개로 아쉬움이 생기지 않았습니다. 코믹영화지만 갈등요소나 악당과의 대립요소에 긴장을 더 넣었다면 좋았을 듯합니다. 하지만 류승룡 특유의 코믹함과 한국 사회상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점은 칭찬 요소입니다. 후반부에 나타난 특권층의 모습은 위기감을 불어넣었습니다. 조금만 더 초반부터 이런 설정이 등장했더라면 하는 생각입니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정유미라는 가냘픈 여인에게 주눅이 들어 협박당하고 있는 신석헌의 모습은 답답했습니다. 악당들이 험악한 모습으로 강제 철거를 하는 상황이어서 이런 모습을 연출한 듯 합니다. 이 설정들이 후에 나올 화면에서 통쾌함을 배로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동네의 꼬질꼬질한 아저씨의 평범한 모습으로 보스의 차를 쳐부수고 여느 히어로처럼 하늘을 날기 시작할땐 굉장한 쾌감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대부분 영화에서 나오듯 초능력을 가진 주인공은 이 능력때문에 오히려 위험에 처하게 됩니다. 하늘을 날던 통쾌함과 불안감이 동시에 엄습해 옵니다. 두가지 감정이 느껴졌을때 진짜 문제를 드러내고 이 스토리의 본질을 마주하게 됩니다. 영화 후반부의 설정은 한국형 히어로물에 가장 어울리는 상황이었습니다. 권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은 이런 초능력이 생겨도 결국 당하게 된다는 한국의 고질적인 사회문제를 잘 담아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예측할 수 있었던 얘기지만 왜 이 영화를 봐야 하는지에 대해 정당성을 마련한 느낌입니다. 영화의 장면연출과 아이디어들은 돋보였습니다.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류승룡 특유의 몸짓과 표정에서 나오는 코믹 연기와 멋지기만한 히어로들의 초능력과 달리 하찮은곳에 사용하는 초능력들은 굉장히 유쾌하고 색다르기까지 합니다.
초능력, 대리만족.
평범한 사람에게 초능력이 생긴다는 영화적 상상은 나에게 대리만족을 준 부분입니다. 연상호 감독이 철거 현장을 영화의 무대로 삼았던 이유도 그런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부조리함과 불평등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지 못할 일이지만 이런 능력이 있다면 나는 잘못된 부분을 모조리 없애보고 싶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테니까요. 영화로나마 그런 부분들은 속시원히 풀어줬던 것 같습니다. 영화에서는 아주 속시원한 해피엔딩은 아니라서 아쉬운 부분도 있습니다. 통쾌한 응징의 모습이 나왔으면 관객들이 더 좋아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도 남습니다. 염력은 흥행하지는 못했습니다. 명절이면 TV에서 아주아주 많이 나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한국형 히어로물이 많이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특히 한국의 어두운면과 부조리함을 깨버리는 초능력자의 통쾌함이 보고 싶네요. 모자란 부분도 있지만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류승룡 특유의 개그연기도 좋았고 배우 정유미와 박정민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들이어서 더 재미를 증폭시키는 요소중 하나였습니다. 지난 영화지만 못본 분들이라면 한 번쯤은 봐도 괜찮을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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